비행

비행 천시간을 넘겼다.

HB89 2026. 1. 21. 19:16

이 블로그에 글을 적는다는걸 까맣게 잊고있었다.

 

호주에서 지낸지 곧 7년이라는 시간이 되어간다.

난 이번 해에 한국으로 아예 귀국을 할 생각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들도 충분히 경험했고, 무엇보다 가족이 보고싶다는 마음이 크다.

비행 천시간을 기록한 일도 이 결정에 큰 몫을 했다. 1천 시간이라는 비행을 하기 위해 달려온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목숨을 여러번 걸었던 일들이 있다. 엔진 고장이 두 번 있었고, 그 중 한 번은 메이저 뉴스에 나올만큼 기적적으로 생존하기도 했다. 비행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내 모습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짖궂은 날씨를 피해 다니기도 했고, 운이 좋게 착륙한 일들도 있었다.

나의 비행 경력은 한국인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딱히 겹치는 일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커머셜 파일럿 시험을 앞두고 시험관이 메디컬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시험을 못 치룬체 거의 일 년간 점프 파일럿으로 지냈었다. 결국 그 일 년 뒤 같은 시험관과 비행 시험을 치루게 되었고 당시에 이미 내 비행 시간은 몇백시간이 훌쩍 넘어간 뒤였다. 시험을 볼 자격은 모두 갖추었는데 나와 시간대를 맞출 수 있는 시험관을 찾을 수가 없어서 시험을 보지못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그로 인한 심적 불편함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항공 대학교같은 시설에 입학을 한게 아니라, 혼자 공부하여 모든 시험을 통과한 사례이고, 비행 교육도 비정기적인 교육으로 모든 교육을 마쳤다. 일하랴 공부하랴 하는게 쉽지많은 않았으나 내가 흥미를 가진 일을 공부한다는 일에 큰 고됨을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혼자 공부를 한 덕에 머리를 몇 번 쥐어 뜯은 적은 있었다. 지독하리만큼 공부에 빠져있었고 결과적으로 CPL에 필요한 7과목을 모두 한 번에 통과했다. 이 부분은 나름 스스로 대견하다고 본다.

 

페이스북으로 알게된 정인웅(에미리트 항공 기장)님이 남긴 글들 중 GA 파일럿들은 목숨을 걸고 험난한 여정을 지낸 뒤 항공사에 들어간다는 듯한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사실 글을 처음 보았을 때엔 GA에서 활동을 하기 전이라 크게 공감하지 못하였으나, 현재 천시간이 넘은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나도 상당히 혹독한 비행들을 견대내왔다는걸 안다. 멈추지 않는 비행과 누적되는 피로, 그리고 상태가 좋지 않은 항공기와 혹독한 기상 상황 등 여러 일들이 있다. 커머셜 비행 과정 중에 여러번 들은 이야기가 있다. 커머셜 파일럿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조종사이기 때문에 돈을 주는 사람이 어디로 가라 하면 가야한다는 말이었다. 프라이빗 파일럿과 커머셜 파일럿의 차이가 그것이라 했다.

 

이렇게 천시간을 향해 오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궁금한거도 참고, 놀지도 않고, 철저히 절제된 삶을 보냈다. 지금은 그나마 먹고 싶은게 생기면 조금씩 먹기는 한다만 이전엔 정말 못먹으며 지냈다. 어쩔 수 없었으나 불행하지는 않았다. 내 선택이었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운이 좋다.

 

여태 죽지않고 살아있고, 포기하지도 않았고, 또 앞으로 계속 나아갈 의지 또한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다. 이걸 지독하게 잘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