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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점프 파일럿의 나날들

운이 좋게 희망하던대로 점프파일럿으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점프 파일럿은 스카이다이브 파일럿인데, 설명을 하자면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일에서 점프 가 따라붙어서 점프+파일럿 이다.

GA(General Aviation)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은데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GA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이번 년도(2025년) 1월 1일에 점프파일럿 교육으로 이니스페일이라는 곳에 왔다. 사실 지금까지 여기에 묶여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4-5개월 후 다시 시드니로 내려갈 줄 알았으니까.

보통의 일반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은 어느 지점에서 이륙해서 일정 경로를 비행하여 다른 지점에 착륙하는 일인데, GA에 있는 몇 몇 비행들은 이륙한 공항에 다시 착륙한다. 내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같은 공항에서 반복적으로 이륙과 착륙을 이어간다.

적게는 5번 이내의 이착륙으로 끝나지만, 길게는 20번이 넘는 이착륙을 진행해야하는 일들도 있다. 다행히 나는 하루 13번이 기록이다.

물론 비행기 기종마다 횟수가 달라지는데, 보통의 Cessna 182, 206 같은 피스톤 엔진 항공기들은 아무래도 상승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루에 진행할 수 있는 횟수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하지만, Cessna 208 Caravan 같은 터빈 엔진 항공기들은 상대적으로 상승과 하강이 빠르기 때문에 하루에도 스무번이 넘는 이착륙을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 점프 파일럿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피로한 직업이라고 본다. 물론 해야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쁜 날들이 몇 일 이어진다면 쉽지많은 않은 일이라고 본다. 말그대로 갈리다 갈려 회복이 안되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다.

앉아서 하는 일이 뭐 그렇게 어렵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공군 출신을 제외하고 이 일을 해본 한국인 조종사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우선 항공기의 이륙 무게가 제한치에 가까운 상태에서 이륙을 하는데 항공기 크기가 작다보니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에는 이륙에서부터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을 한다. 플랩을 어디에 맞출까부터 비상 상황시 이 무게론 어디로 착지하는게 가능한지도 생각한다. 항공기 무게 분배는 후면에 치우쳐져 있어서, 트림 설정을 잘못해두면 이륙하는 도중에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가 쉽다.
보통 이 정도가 나 혼자만을 생각할 때의 이륙이고, 주변에 다른 항공기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동 경로와 내 이동 경로까지 생각해서 이동을 해야한다.

 

주변 경로를 알아내는 방법은 서로간의 무전을 통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내 항공기 기종 및 고유 이름, 높이 및 위치, 이동 방향 등이 있다. 점프 파일럿은 이런 무전 채널 세 개를 운영한다. 하나는 회사의 지상 직원, 그리고 지역 채널, 그리고 마지막으로 ATC 채널이다. 비행 높이에 따라 ATC 채널 이용 유무는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은 세개를 운영한다.

여기저기에 부르는 일들이 동시에 생기는 일도 있고, 상대의 억양이 어려울 때도 있고, 무전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냥 혼자 알아서 다 해야한다. 공중에 뜬 이상 날 도와줄 사람도 없다.

 

점프 파일럿들이 올라가는 높이는 항공기, 지역 등의 특성에 맞게 다 다르다.

어느 곳은 10,000피트 만 올라갈 수도 있고, 다른 어느 곳은 14,000피트도 올라 갈 수 있으며, 특별하게는 30,000피트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점프 파일럿은 이런 고도에 맞춰서 스카이다이버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뛰어내릴 수 있도록 경로를 설정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접근은 바랑 방향과 세기에 따라 항상 바뀌는 편이다. 예를 들어 비행 방향을 140도로 잡고 0.3 마일 전에 점프를 하는 계획이라면 그에 맞게 접근 경로를 설정해야한다. 기상이 좋으면 이 설정이 하루동안 안 바뀔 수도 있는데, 기상이 별로면 말 그대로 몇 번이고 바뀔 수가 있다. 그 바뀐 내용이 점프하기 3분 전이 될 수도 2분 전이 될 수도 있고 조종사는 이미 정해둔 경로를 빠르게 바꾸거나 해야한다.

사람들이 뛰어내릴 때가 다가오면 ATC에서 점프 허가를 받아야 되고, 또 지상 직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된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 점프가 이뤄진다는 내용을 라디오로 알려야한다. 즉 지상/지역/ATC에서 모두 파란불이여야 점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또, 연료도 생각해야하는데 만약 정해진 고도에 도착 후 내가 가지고 있는 연료가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일이 생긴다면 조종사는 홀딩을 할지 아니면 착륙을 할지도 생각해야한다.

일 자체는 매우 반복적인 일이라 익숙해지기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만큼 나태해지기도 쉬운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는 이 일이 프라이빗 오퍼레이션이라 많은 제약들에서 벗어나는데, 조종사의 비행 시간 제한이 없다. 그래서 조종사만 괜찮다면 10시간이고 11시간이고 비행을 한다. 즉 여러 조종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이건 한 명의 조종사가 갈려나가는 일이 생긴다는걸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내 이전 조종사들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의 몸 상태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조종사 건강 상태가 안좋으면 아무래도 안전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가 있다. 내 기억에 몇 몇 조종사들이 건강 상태로 비행을 거부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아직 건강 상태로 거부한 일은 없는데, 타국에서 혼자 사는 입장에서 아프기까지하면 너무나 서러울거 같아서 휴식과 음식은 가능한 잘 챙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술도 안마시게 되고 늦게 놀지도 않게 되서 남들이 보기에 지루한 삶을 사는거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내 알빠가 아니다.

 

점프 파일럿은 다른 직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착륙 횟수가 상당히 많다. 이착륙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그만큼 배가 된다. 이 외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기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있다. 근데 돈을 많이 받지도 않는다. 보통 조종사들은 비행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을 하고 비행 시간이 채워지면 항공사로 떠난다. 나도 같은 격이다.

나로선 일에 대한 불만은 딱히 없는게 원래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기에 비행을 나갈 때마다 즐겁기는 하다만, 여기에 오래동안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있는건 아니다. 한국에서 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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