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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일기쓰기

첫 솔로 비행의 날

뭐랄까 오늘은 적어도 제 인생 역사에 있어서 조금 특별한 날 입니다.

문득 어렸을 때의 기억이 뇌를 스칩니다.
저는 금수저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업타운에서 자랐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 그 마을에선 포장 도로가 깔린 곳 중 가장 높은 곳에 집이 있었습니다.
낡은 기와집 그리고 감나무가 마당 중간에 있었죠.
세상을 모르는 저에겐 모든게 좋아보였습니다.
그때 가난해서 쌀과 김치를 얻어 먹었던 기억도 나고 그런 상황에서 높게 오른 열 때문에 손을 바르르 떨며 밥을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제 가족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쳤다고 생각합니다.
반찬이 김치뿐이었던 상황이었지만 저는 불만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포기하지않고 노력을 했습니다.
이 글을 부모님이 보면 그 때의 기억에 눈물을 머금을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분명 모든것들 벗어던지고 떠나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을텐데 끝까지 지켜주었고 저와 제 동생을 위해 그들의 시간을 희생했으니까요.

종종 이야기를 하다보면 좀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들을 합니다. 사실 이 말이 가장 저를 슬프게 하는 말인데 생각만해도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왜냐면 부모님은 그들을 희생해서 나와 동생을 키웠는데 그 희생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계속해서 미안하다고만 하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모든 지원을 해주었다고. 그래서 전 늘 감사합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부모님은 다툼 속에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어머니가 두 자식을 먹여 살리고 공부시켰습니다.
그래서 제게 원더우먼은 제 엄마입니다.
거친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을 깍아가며 두 남자아이를 키웠는데, 두 녀석들은 그저 마음에 못을 박기 바빳죠.
지금 이걸 적는 와중에도 지난 미안함에 눈물을 머금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에 맞지않는 높은 이상을 갖고 있었고 현실을 모르는 것처럼 지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도 큰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물일곱 혹은 스물여덜이 되어선 다시 비행을 꿈꾸기 시작했죠.
어릴적 달동네에 살 때도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하늘을 쳐다보며 언제가 조종사가 될거야라고 했었는데 중학생 때 결막염으로 시력 손상이 오며 비행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놓았었습니다.
다들 뒤늦은 시간이라며 지금 비행을 배우겠다고 하는건 좋지않다고 만류했었습니다. 돈만 버리는 일이라고 했죠.
그러다 저는 호주로 오게되었고 현지 나이로 29세에 처음으로 첫 솔로 비행을 마쳤습니다. 그게 오늘입니다.

20여년 전에 꿈 꾸엇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다른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 머리 속을 스쳤던 모든 기억들을 바탕으로 제가 앞으로 해야할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들인지 생각하게 되고, 어려움 끝에 씨앗에서 줄기가 나온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앞으로 또다른 시련들을 겪을 것은 정해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번 하늘의 맛을 본 사람으로 여기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저는 하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꿈을 이룰 수 있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날 버리지 않은 부모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씨앗을 뿌렸고 자랄 수 있도록 헌신을 다 하였던 것이 이제 하나의 줄기를 뻗어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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