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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일기쓰기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나의 죽음 혹은 내 가족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행복하게도 지금은 모두가 정상적으로 살아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언제가 그 생명이 끝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가족도 모두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죽음을 상상해보았을 때 느낀 감정들은 슬픔, 해소, 아쉬움, 사랑, 용서, 인정(받아들임) 이었다.

내가 아닌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상상해보았을 때 느낀 감정들은 망연, 슬픔, 후회, 안타까움, 사랑, 무거움, 불인정 등이나 좀 더 복잡한 심정이 담겨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가족에게 전한 말은 사랑해 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마지막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실된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나로서는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내가 여러번 죽음에 가까워질만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 되뇌이길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왔는데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라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 2년 동안 내가 만약 지금 죽는중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좀 다른 생각을 가졌다.

죽음에 대한 인정과 약간의 아쉬움.

약간의 아쉬움은 나의 마지막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했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고, 인정은 나의 과거 경험들을 돌아보며 이런 경험들이라면 그래도 아쉽지 않은 경험이었고 사랑을 나누어줬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끝은 결국 아쉬움이 다시 치고 올라와 다시 잘 살자 하는 마음이 매번이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에 대한건 차마 입을 열 수 조차 없는 답답한 무거움으로 폐가 줄어드는 듯한 슬픔과 망연자실 그리고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좀 더 곁에 있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 사랑한다는 마음을 더 전하고 싶은 슬픔과 불인정이 있었다.

글을 적는 와중에도 나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와 가족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는 그 무거움이 다르다.

글로서 그 다름을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죽음이란 사실 몇 분 후 혹은 내일 아니면 모레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걸 망각하고 대부분의 삶을 보낸다.

그러다 말로, 행동으로 본인을 혹은 가족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상처를 주거나 한다.

가족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고 사랑에 대해 아낌없이 부끄러움 없이 잘 대해주어야 한다.

 

 

1부 마침 20230123

 

2부 20241201

 

 2024년 01월 31일

 

죽음과 여태 살면서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날이다.

경비행기 패리 도중 엔진이 폭발했다. 이륙 후 10분 정도 되었을까, 바다 위에서 엔진이 말그대로 폭발했다.

나는 메이데이 콜을 하면서 지상을 향해 비행기의 방향을 바꿨고 해변에 비상착륙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엔진 오일이 윈드스크린을 덮기 시작하더니 결국 나는 정면 시야가 없어진 상태가 되었다. 비행기가 땅에 닿기까지 얼마되지않는 상황에 나는 비행기의 기수를 공터로 옴겼다. 이유는 내가 비행중인 곳이 관광지였기 때문에 해변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다. 

해변에 착지를 시키려고 했다면 나는 아무런 문제없이 비행기를 착륙시킬 자신이 있었고, 공터로 간다면 안전한 착륙은 확신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내 자신을 담보로 도박을 한 셈이다. 

해변가에 있는 사람을 칠 수도 있는 가능성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과의 대립 끝에 나는 내 자신을 담보로 걸었다.

공터에 가까워질 무렵, 주변 나무들의 키가 내 눈 높이가 되었다. 그렇게 나를 건 도박은 좋지않게 끝났다.

나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나무를 뚫고 지상에 떨어졌다.

눈을 뜨니 이미 기내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나는 바로 안전밸트를 푼다음 비행기 밖으로 몸을 던졌다.

내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걸 확인한 나는 다시 비행기로 접근해 내가 건질 수 있는 짐들을 비행기 밖으로 잡아던지기 시작했다.

몇 초가 지나자마자 화염과 연기는 내가 더이상 근처에 있을 수 없을만큼 강해졌고 나는 다시 안전거리 밖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피 중 두어번의 폭발음이 더 들려왔고 나는 안전거리에서 하염없이 불타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동안 그 쓸쓸한 감정은 쓰고 아련했다.

비상착륙 메이데이 콜로 인해 헬기가 나를 찾으러 올거란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헬기가 착륙할 수 있을만한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헬기가 나를 찾지 못하는거 같았다. 결국 나는 내가 먼저 가까운 차도로 접근하기로 했다. 아직은 멀리서 보이는 경광등에 내가 입은 옷을 흔들며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지만 여러대의 경찰차들과 구급차들은 날 못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고 그들이 날 4번 정도 지나친 다음 나는 도로와 약 3백여 미터정도로 가까워졌다. 계속 걸어가던 도중 멀리서 소방차가 움직이는걸 보았고 나는 다시 내 형광색 옷을 힘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소방차가 갓길에 멈춘걸 확인한 나는 안도에 잠시 무릎을 꿇고 쉬었다. 소방관들이 날 찾아오며 내가 불시착한 조종사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은 곧바로 내 신체를 확인하고 찢어진 피부 위에 응급처치를 했다. 나는 충격으로 눈 옆 이마가 찢기게 되어 출혈이 있던 상황이었다. 초반 안전범위로 대피중 아드레날린으로 고통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는데, 불편함 감에 손을 댄 후 피가 흐르는걸 알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응급처리를 어느정도 했을 무렵 경찰 관계자도 도착해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음주 및 약물 검사를 했다.

당연히 깨끗했고 내 신체 상태는 내가 어느정도 파악을 했기 때문에 소방관들에게도 내가 알거나 짐작되는 내용들을 설명해줬다.

그렇게 여러명의 소방관들과 경찰관들 그리고 응급구조사들에 둘러쌓여 있는 와중에 헬기가 착륙할 수 없다는 무전을 듣고선 내가 그냥 구급차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걸을 수 있겠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말한 뒤 스스로 구급차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응급실로 바로 이동했고 응급실 침대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많은 경비행기 사고들 중 생존자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반은 생명을 잃는다고 봐도 될거같다. 내가 비행을 배우고 하는 기간동안만 해도 생존자 수가 더 적다.

나름 죽음에 가까워졌더니 모든 이들에게 감사했다. 가족, 지인, 친구들에게 모두 감사했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평소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다. 근데 이런 일을 겪어보고 느낀건, 가기전엔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더라. 거짓없는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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