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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귀국

HB89 2026. 7. 6. 10:23

2026년 2월 28일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6년 11개월 만의 귀국, 앞으로의 어려움은 모른 채 내 얼굴에는 미소가 차올랐다.

 

제네럴 에이비에이션 조종사, 점프 파일럿으로 1천1백 시간이 넘는 경험을 쌓는 동안 고생이 적지 않았다.


1.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전 날 저녁에 항공기 급유를 미리 해두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바로 항공기 격납고 밖으로 꺼낸 뒤 점검을 마친 뒤, 아무로 깨어있지 않은 깜깜한 시간에 홀로 항공기 안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호주의 새벽은 달빛이 환하지 않다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 컴컴한 하늘에서 혼자 계기판들을 살피며 조종했다. 그 시간에 날고 있는 항공기 수가 워낙 적다 보니 라디오도 조용하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고요함이 같이 있다.
정적이랄까, 제3자의 입장으로 그때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혼자 새벽 온도와 소음과 피로를 견디며 항공기 조종석에 앉아 있다. 때에 맞게 절차를 따르고 라디오 주파수를 변경한다. 그런 고요함 속에서 어느새 서서히 주황색의 빛이 창문에 비친다. 아직 해가 보이지는 않지만 굴절되는 빛이 먼저 도달한다. 이때의 그 고요한 아름다움은 조종사들의 특권 중 하나다.

"더보 트래픽, 세스나 206, 인디아 로미오 인디아, 20마일 사우스 6500피트 디센딩 3000피트 투 조인 10마일 파이널 런웨이..." (런웨이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다.)

"더보 트래픽, 세스나 206, 인디아 로미오 인디아, 10마일 파이널 런웨이..."

 

라디오에선 외로이 내 목소리만 있을 뿐, 아직 고요하다.
도착하면 해가 떠 있다. 새벽에 떨어진 내 신체 온도는 해를 받으며 점차 온기를 찾는다.

2. 쉬는 시간 없는 비행. 고속도로를 2시간 이상 운전할 경우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해가 뜰 때 시작한 업무는 노을이 찾아올 즈음 끝이 났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 내가 챙긴 건 과자 한 봉지랑 생수병 하나.

항공기 점검을 마치고, 사람들을 태우러 보딩 장소에 가면 긴장감이 높아진다. 손은 믹스쳐(연료 공급 레버)에 위치하고 있고 언제든 엔진을 정지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눈은 빠르게 탑승할 모든 인원의 동선과 위치, 자세, 그리고 표정을 감시하듯 살핀다.
탑승객들이 탑승한 뒤 활주로로 이동해 이륙 절차를 밟는다.
시츄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라고, 이미 보딩 장소에 가면서부터 주변 항공기들의 이동 내용들을 모두 적어두었고 알고있다.

"이니스페일 트래픽, 세스나 182, 로미오 양키 줄루, 택싱 투 런웨이 14 폴 파라슈트 옵스 오버헤드 이니스페일 에어로드롬"

"이니스페일 트래픽, 세스나 182, 로미오 양키 줄루, 롤링 런웨이 14, 오버헤드 디파쳐 투 디 이스트, 클라임 원쓰리따우즌"

가끔 3~4대의 항공기들이 같은 시간대에 공항을 찾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론 조용한 공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이 머물렀던 공항이었는데, 군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다.

"굳 데이 케언즈 센터, 로미오 양키 줄루, 8마일즈 이스트 오브 이니스페일 패싱 포 따우즌 리퀘스트 원쓰리 따우즌 포 파라슈트 드랍 오버헤드 인디아"
"굳 데이 로미오 양키 줄루, 스쿽 코드 ****, QNH 1013, 클라임 원쓰리 따우즌"

매 비행마다 웬만하면 클래스 찰리에 들어갔었다.
처음엔 막연히 부담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컨트롤러에 대한 정이 생겼다. 목소리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지쳐 가는지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었다. 물론 그들도 나와 비슷했겠지.

"케언즈 센터, 로미오 양키 줄루, 포 미닟 투 파라슈트 드랍 오버해드 인디아, 리퀘스트 드랍 앤 디센트"

"로미오 양키 줄루, 클리어 투 드랍 앤 디센트"
"클리어 투 드랍 앤 디센트, 로미오 양키 줄루"

보통은 이런 식으로 순조로웠고, 공역을 나가면서 "케언즈 센터, 로미오 양키 줄루 엔드 올 파라슈트 OCTA(Outside Controlled Airspace)" 라고 해주면 센터에선 알았다고 말해준다.

일반적으론 보통 라디오 채널 두 개를 모니터링하는데, 때에 따라선 3개의 채널을 동시에 모니터링해야 할 때가 있다.

스카이다이버들을 이탈시키기 전과 직후에 그러하고, 동시에 항공기를 정확한 방향과 위치에 위치시키며 속도와 자세를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때 조종사의 워크로드는 상당히 높다, 그래서 고도의 집중이 요구된다. 
한 번의 드랍을 위해 이용되는 시간은 약 25분에서 30분 정도, 이륙과 드랍, 그리고 착륙까지의 모든 것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며 길게는 석양이 보일 때까지 한다. 그러니 피로가 쌓여 녹초가 되는 건 일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 몸을 챙기기 위해서 술 담배도 안하고 건강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3. 오버홀 후 시험비행을 하는 일이 여러번 있었다.
대부분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회항한 경우도 있었다.

계기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엔진에 문제가 생겨 이륙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오버홀 후 페리를 하는 중간에 엔진이 고장 난 적도 한 번 있었다.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선 첫 100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테스트를 위한 터치앤고 중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지자마자 엔진이 고장나서 바로 랜딩을 한 경험, 그리고 이륙 후 10분 뒤 엔진 고장이 나서 비상착륙을 해야 했던 경험들이 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후 페리를 할 때엔 가능한 허락된 가장 높은 고도에서 비행을 했다. 언제 고장이 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져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나의 대부분 페리는 만피트 부근에서 이루어졌다. 만피트에 가면 보통 20도 정도 온도가 낮아진다. 나는 그렇게 0도 부근 혹은 영하의 온도를 견디며 몇 시간이고 비행을 했었다. 내가 조종한 비행기들은 여압이 되지않고, 외부의 공기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히터를 사용하더라도 항공기 내부가 따뜻하게 유지되지는 못했다. 추운 다리만 간신히 녹여줄 뿐이었다.
파일럿 스스로의 피로를 높이는 선택이 아닌가라고 분명히 물어볼 수 있는 일이었고, 그 말로 맞는 말이지만, 산악지형 위로 경로가 있거나 고도가 낮을 시엔 고장이 났을 경우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있는 경우들도 있었다. 따라서 내 목숨이라는 마지막 조건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높은 고도를 갖는게 확실히 유리했다. 완전한 엔진 고장을 겪는 조종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내가 운이 없는건지 아니면 운이 좋은건지 죽을뻔한 일에도, 보통은 사망사건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한국인 최초로 호주에서 점프 파일럿으로 일했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이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주변에서 도움도 받았다. 그리고 도움을 받기 전에 정말 열심히 살았고, 공부했고, 몰두했었다. 그렇게 노력으로 지식과 실력을 쌓았다. 솔직히 회사에서 원하는 비행 실력은 CFI와의 비행을 통해 이미 갈고닦았었다. 회사 내에서 비행 운항을 담당하는 시니어 파일럿을 인상 깊게 만들었으니 못하지는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비행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거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진작 접었을 길이다.
그런데 내가 조종사로서의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오게된 계기는 비자 문제도 있었지만, 일을 했던 회사에서의 처우가 좋지 않았고, 결국 불법 해고를 당했다. 이유는 내가 법적으로 받아야할 대우를 못받았으니 법적으로 받아야될 내용들을 받고싶다고 말을 했는데, 5분 뒤에 나가라고 그랬다. 어차피 조종을 하고싶어할 어린 조종사들은 많으니 괜찮다 이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강퇴당하고, 정부에 신고도 했다. 
일자리를 찾는 도중 문득 내가 조종도 못하고 그냥 일만 할거면 굳이 호주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조종사 직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었고, 멀티랑 계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도 낮았다.

그래서 나는 한국행 비행 티켓을 구매했다.

시드니 공항에서부터 나는 미소가 생겼다. 한국에 돌아간다는 설레임이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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